lionellopez 2024. 2. 1. 22:48
반응형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다. 엄청난 재난 상황을 배경으로, 적어도 서울의 거의 모든 건물들이 무너져 내려버린 상황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지난 여름에 나온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저런 일로 잊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고편에 나온 장면은 이병헌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티켓파워, 스타파워 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물론 그 스타도 하루아침이 아니고, 여지껏 쌓아올린 것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겠지만)

극장에서 보리라는 생각을 까마득히 잊은 채, 넷플릭스에서 "황야" 라는 영화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연결되어 있으며, 무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바로 시청해야지.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주의

 

 

 

 

 

스포일러 주의라는 글을 보았음에도 여기까지 보셨다면, 보통은 영화를 보았다는 뜻일 테니, 줄거리나 그에 대한 설명보다는 나의 생각 위주로 글을 풀어나가볼까 한다.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민성과 명화가 사는 황궁아파트와, 재해로 인해 집을 잃은 외부인들을 집에 들이는 장면을 통해 그 주변에 초고급 아파트 "드림팰리스" 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묘사. 그리고 드림팰리스는 재해에 무너져 내리고 황궁아파트만이 건재했다는 설정부터가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듯 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후 황궁아파트 주민회의 장면에선 재난 전 드림팰리스 주민들이 보였던 행적들의 대한 불만들과 그들을 비롯한 외부인 퇴출을 논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후 장면들은, 대 재난과 그 상황에 걸맞는 행동으로 이해되는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외부인을 내보내고, 식량을 약탈해오는 등 그런 비상상황에서 누구나 이해할 만한 흐름이다.

 

이야기는 새로운 인물 혜원의 등장을 통한 명화의 의심으로 격렬한 변곡점을 맞이하는데, 종국에는 스스로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인간이기를 지키기 위해 본인이 속한 안락한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허망하고도 이상한 흐름을 맞는다.

파괴되는 것이 보금자리냐, 독재자와 전체주의의 상위 몇프로가 가진 소유물이냐로 인식하기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하게 되겠지만, 스스로가 그 안에서 안정적인 보호를 받아왔었음을 생각하면 무엇이 정의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결말을 본 이후의 소감으로는, 굉장히 잘 짜여진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모르겠다. 던지는 문제의식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전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는 헷갈린다. 작중 명화 역을 통해 무엇인가 전하려 했다고 하기엔, 자신의 신념만을 위해 아파트 안의 모든 사람들을 비롯 남편까지도 희생하게 만든 인물이 혼자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슬픔을 털어내고 살아간다는 장면이 극중 명화의 성격을 비롯해 설정과 부딪히는 면이 많아 보인다. 
전체주의의 비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이야기지만 그러기엔 이 영화는 러닝타임동안 1차원적이지 않은 탄탄한 스토리와 인물묘사를 그려왔다. 초비상사태로 외부의 접촉이 곧 목숨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그런 상황에서, 전체주의로 인한 소수의 희생이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면, 사회구성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체제전복과 그에 따른 희생은 아름다울 수 있는가? 그래서 뭔지 모르겠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다.

 

이병헌이 분한 모세범 이라는 이름은 모세를 떠올리게 하고, 박보영이 분한 명화라는 이름은 이 영화가 명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ㅎㅎ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빌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