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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3 - [좁디좁은 인생경험] - 005. 말을 먼저 배워서
듣고 말하기
현지에서의 짧은 체험, 그리고 돌아와서 외국어를 잊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될듯 말듯 될듯 말듯한 시간을 한참 보냈다. 일이 바빠 신경쓰기 힘들었던 점도 있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언젠가 이렇게 있다 보면 잘 되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의 수준이 높아져 그것이 익숙해진다면, 익숙한 상태로는 더 이상 발전은 없다는 것을 그땐 깨닫지 못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천천히 늘고 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투입하는 양이 너무 적었던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보내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잘 할 수 있을까를 인터넷에서 뒤지기 시작했다. "쉐도잉"이라는 게 내 눈길을 끌었다. 듣고, 말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각자들의 방법이 있지만, 간단하고 공통적인 부분을 표현하자면, "들으면서 말한다" 이다. 오디오를 틀어 놓고, 혹은 특정 구간을 끊어가면서 들은 직후에 들은 말을 그대로 내뱉는 것이다.
대화를 듣고 말한다. 어찌 보면 이것만큼 직관적인 과정이 없다. 우리가 실제 쓰는 말을 하는 것과 똑같기에,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10분 가량의, 한글자막으로 된 동영상 파일을 구해서, 매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아파트 24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듣고 말하고를 반복했다. 아라가키 유이가 게스트 비슷한 걸로 나와서 아즈미 신이치로 아나운서와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인터뷰하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글을 쓰며 그때 생각이 나서 한번 찾아보고 싶은데, 지금 찾아보니 나오질 않는다. ㅎㅎ
점진적 과부하
말하기를 시작하기 전에 들어볼 때는 "따라 말하기 쉽겠는데?" 하는 마음이었다. 한글로 번역된 자막을 보며 소리를 들으니 마치 내가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한글 자막으로 눈으로 이해하며, 귀로는 아는 단어와 표현이 간간히 들려오니 자막을 치워도 바로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렇게 대략 내용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듣고 따라하기를 시작하려고 자막을 없앤 채로 재생 버튼을 누른 순간, 내 귀에 들리는 것들은 소음과 전혀 다를바가 없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슬램덩크에서 나온 표현처럼, 귀로는 들리지만 머리에 단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도저히 안될것 같았다. 문장 단위로 끊으며 정리하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일단 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내용을 옮겨 적고, 영상엔 없는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고난의 과정이었다. 퇴근하고 나서 세 시간씩 매달려도 하루에 1분 분량도 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스크립트를 완성했고, 이제야 본 게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들려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내용을 정리했다? 들려야 한다는 생각이면 반복해서 들으면 귀가 뚫릴 것 같지 않은가? 그게 상식적이다. 심지어 한글 자막으로 내용도 대략 파악한 상태인데!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들어도 들리지 않으니 내용을 분석했고, 단어와 문법을 사전 찾아가면서 뒤져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이게 바로 답이다. 듣는 만큼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알아야 들리는 것이다. 아는 만큼 들리는 것이다!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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